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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range Street, 2022 f/w 3rd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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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컬러콜라 작성일23-03-13 16:14 조회6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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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나고 겨울을 목전에 둔 11월,

2022 F/W 룩북 촬영지는 일본 오사카, '오렌지 스트리트'.

짧은 촬영 소감을 담았다.


비행기로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 이웃나라는 첫 방문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문화와 삶의 양식 탓일까, 한자와 가나로 도배된 간판과 사람들도 분명 다르지만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첫인상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고 나는 곧 어색한 웃음과 함께 '강코쿠韓國'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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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정으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와 짐가방을 짊어진 채 쇼핑몰을 찾았다.

오사카를 뛰어다니며 그야말로 사냥하듯 쇼핑했다.

린쿠타운, 한큐백화점, 우메다 시내를 돌아다녔던 첫날의 평은 '다를 거 없네'.

그러나 새벽부터 촬영이 있었던 둘째 날, 내가 생각했던 일본이 오렌지 스트릿에 있었다.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로 가득 찬 세컨핸즈샵,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Supreme과 The REAL McCoy's 매장이 자리하고 있는 이 거리는

어린 시절 보던 일본의 패션잡지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한 밀도 높은 패션으로 가득하다.

온라인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옷들을 그 규모와 다양함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만족,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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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착용한 부츠 이야기를 해보자면,

엔지니어부츠는 그 태생을 따져보지 않아도 투박하게 까지 느껴지는 단순한 쉐입으로 분명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거친 작업장에서 탄생한 워크웨어임을 고려하면 21세기 현대인들에게는 이보다 야성이 느껴지는 신발도 없을 터

그러나 부드러운 스웨이드 가죽을 두르고 나온 이 부츠는 분명 절제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절제, 간단하게 말하자면 '적당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적당' 이라는 단어는 사실 굉장히 복잡 미묘한 표현이다.

수량화 할 수 없이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충족시키며 선을 넘지 않는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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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적당한 부츠를 신고 오렌지 스트리트를 걸었다.

반팔이 어색하지 않은 따뜻한 온도에도 스웨이드 특유의 부들부들한 재질감은

가을과 겨울에 대한 근거없는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기본에 충실한 검은색 자켓과 팬츠, 하얀색 반팔티는 전세계 어디에 던져놔도 쉽게 녹아들 수 있는 착장.

오늘만큼은 전부 덜어낸 악세사리들과 레이어드의 무게 만큼 여유가 느껴진다.


낯설지만은 않은 타국의 거리와, 일상을 위한 부담스럽지 않은 부츠.

새로움과 편안함이 살아 숨쉬는 그 적당함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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