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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or

마케터의 신발장: 첼시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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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컬러콜라 작성일22-11-28 18:36 조회8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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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콜라 아티클러 Articlor 는 에디터가 엮어낸 비정기 아티클, 혹은

가벼운 신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신발장 주인은 ‘ 매니저 요한 Joha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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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한입니다.


안녕하세요, 컬러콜라 크루에 합류한 매니저 요한입니다.

평소에 글을 즐겨 쓰는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걸 좋아합니다.

특정되지 않은 익명의 독자분들이라 생각하니 조금 어색하지만

손가락을 풀고 편안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제 첫 컬러콜라 신발 ‘첼시 부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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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사람


본인 취향에 대해 심도깊이 고찰 해본적은 없지만

평소의 옷장을 생각해보면 무채색의 옷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취향이 무난한건지 저라는 사람이 무난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채도 높은 아이템은 데님팬츠의 인디고 컬러 정도.


라이트 그레이 - 차콜 - 블랙을 넘나드는 쉐이드의 조합을 즐겨 입습니다.

그래서인지 무난함 속에서 포인트가 되는 첼시부츠와 같은 아이템을 좋아합니다.


첼시부츠가 무슨 포인트가 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만,

왠지 ‘멋쟁이’의 신발로 각인되어 있어 쉽게 꺼내 신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전역 후 한창 멋을 내려고 용기내어 구매했지만 신어보지 못했던,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이 모셔둔지 2년 정도가 지났을 때야 우연히 오랜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던 첼시부츠를 발견했습니다.


옷을 입을 때 마다 항상 부족한 느낌을 받을 무렵이라

첼시부츠의 발견은 저에게 너무나 반가운 일이였습니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옷장의 주인에게 '적당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꼭 소개팅이나 중요한 약속이 아니더라도,

무채색의 옷을 좋아하는 저에게 첼시부츠는 아직까지 나름의 포인트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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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부츠


한 번 다시 꺼낸 뒤로는 먼지 쌓일 일 없이 꾸준히 신고있는 첼시부츠의 매력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모름지기 부츠는 기하학의 종합체입니다.


일상적인 움직임들 속에서 바지 밑단이 살짝 걸려 부츠의 곡선을 우연치않게 노출한다던지,

발목에서 발끝까지 떨어지는 미묘한 곡선감, 직선에서 곡선으로 이어지는 변화감이라던지.


컬러콜라 수제화 장인 분들의 작업을 보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듭니다.


평면속의 디자인을 정확하게 재단하여 입체로 구현해내는 것을 보면

수학자와 예술가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부츠’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신발장에 스니커즈만 가득 하다거나, 겨울에도 슬리퍼를 즐겨신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고요.

간혹 주변에서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첼시부츠를 봤을 때 첫 느낌은 ‘가죽이 두껍다’ 였으니까요.


두꺼운 가죽 탓에 무겁거나 발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던 생각은 천천히 발 모양에 맞게 주름지고 에이징되어가는 사이 점점 옅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저 또한 막연한 선입견에 거리를 뒀지만 잘 만든 부츠에서 오는 편안함은

신어보기 전에는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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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않던 신발을 꺼내신는 날이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고작 첼시부츠로 저의 개성을 나타낸다는 것이

개인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는 걸 장려하는 시대상에 비하면

조금은 소심한 태도, 소심한 자세일 수 있겠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저의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재미없다’라기 보다는 ‘미묘한 변화를 즐기는 사람’ 라고 에둘러 표현해 봅니다.

신발장 속 먼지 묻어있던 첼시부츠를 꺼내기 까지의 과정들은 어느새 저의 개성을 보여주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혹시 신지 않던 신발이 괜시리 눈에 걸린다면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꺼내서 먼지라도 툭툭 털어내다보면, 슬며시 발을 넣어보면

생각외로 마음에 쏙 들지도 모르니까요.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려요